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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경칼럼] 220V 승압, 가난한 대한민국이 미래를 밝힌 ‘신의 한 수’

산경e뉴스 2026. 4. 3.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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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용 녹색산업경영연구원 원장. (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산경e뉴스] 어린 시절, 안방 구석이나 TV 옆에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던 회색 쇠뭉치를 기억하십니까? 손잡이를 돌리면 ‘드르륵’ 소리와 함께 바늘이 움직이며 전압을 맞추던 그 기계, 우리는 그것을 일명 `도란스(Transformer: 변압기)’라고 불렀다.

1960년생인 필자에게 그 기계는 단순한 가전제품이 아니라, 110V에서 220V로 넘어가던 격동의 시대를 상징하는 유물이자 우리 삶의 일부분이었다.

지금은 각종 콘센트에 돼지코 모양의 둥근 플러그를 꽂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되었지만, 그 당연함 뒤에는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과감하고도 위대한 결단 중 하나로 꼽히는 ‘220V 승압 사업’이 있었다.

1973년에 1인당 국민소득이 고작 400달러에 불과했던 가난한 개발도상국이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전력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는지, 그 위대한 여정을 되짚어본다.

‘변압기’와 함께했던 110V의 추억

1945년 해방 이후 1970년대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전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집집마다 전등 하나 켜는 것도 조심스러웠고 혹여나 옆방에서 다리미라도 사용하면 전압이 떨어져 전구 불빛이 가물가물해지기 일쑤였는데 필자는 어릴 적에 전기불은 밤에만 들어오는 것으로 알았다.

당시 가전제품들은 대부분 110V 전용이었기에 220V로 승압 사업이 시작되면서 전압을 높여주는 변압기는 가정 필수품이자 집안의 소중한 자산이었다.

일제강점기부터 사용해서 해방 이후 그대로 이어받은 110V 체계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송전 과정에서 버려지는 전력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전압이 낮으면 같은 전력을 보내기 위해 더 굵은 전선이 필요하고 전선에서 손실되는 에너지도 크다. 전력이 곧 국력이었던 시절, 이 손실을 줄이는 것은 국가적인 생존 문제였다.

대한민국 정부는 1973년 수많은 우려와 반대를 무릅쓰고 전국적인 승압 공사를 시작했다. 당시 여론은 싸늘했다. "먹고살기도 힘든데 왜 멀쩡한 전선을 다 바꾸느냐", "가전제품을 새로 사야 하는 국민의 부담은 어쩌란 말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승압사업은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조차 막대한 비용과 사회적 혼란을 우려해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던 일이었다. 그러나 정부와 학계는 미래를 내다보았다.

1973년부터 시작된 이 대공사는 2005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마침표를 찍었다. 무려 32년에 걸친 끈기 있는 추진력이었다. 이는 세계 전력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가장 빠르고 성공적인 국가 단위 승압 사례로 기록되어 있다. 중단 없는 정책 추진이 어떻게 국가의 기초 체력을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완벽한 본보기이다.

출처 : 산경e뉴스(https://www.ske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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